[09.1.16] 나는 유기체다



내 몸이
언젠가는 썩어질 고깃덩어리라는 것은
생각하면 참 멋진 일이다.

내가 썩고 나서도 내 이름이 남아 있다면 감격스러울 것이고
이름은 스러지고 기억만 남는다면 로맨틱할 것이고
그 어디에고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진다면
그건 또 신비하게 홀가분할 노릇일 것.

하나하나 얻어갈 때마다 하나하나 잃어가는 것은
손해도 아니고 퇴보도 아니니
염려하여 불안해 할 것 없고

세상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각각 유일하여 귀하다면
하여 이 생명체와 저 생명체를 저울질하는 것이 당치 않다면
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도 개별적인 생명체로 존중해야 할 것이다.

거친 경험을 꾸역꾸역 쌓아누르기만 하는 존재가 아니라
생의 족적을 소화하여 스스로를 바꿔갈 수 있는 존재라는 건
실로 경탄할 만한 일이다.

모든 유기체는 위대하다.
나는 유기체다.



by 난난 | 2004/01/16 03:05 | NONNON est (일기) | 트랙백 | 덧글(2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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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김성근 at 2009/06/29 10:08
온 우주가 다 유기체요 나 또한 그의 세포요 그의 본질인것을 ...
Commented by 난난 at 2009/07/03 00:40
김성근 님> 아이쿠, 이 글에 리플이 달리니 어쩐지 부끄럽네요. ^^;
올해 초에 맘 다잡으려고 쓴 글인데, 저리 말할 수 있는 것과 저리 살 수 있는 것은 다른 것 같습니다. 어렵네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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